🧭 NaviLens와 Sullivan+, 보이지 않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싶은 시각장애인, 4대 궁을 방문하고 싶은 저시력자, 이들에게 낯선 관광지에서 길을 찾고, 안내판을 읽고, 시설물을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높은 장벽입니다.
무장애 관광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모든 사람이 독립적으로 여행 정보에 접근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글은 이 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두 가지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무장애 관광에서의 활용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공간을 안내한다 - NaviLens
☑ 9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읽히는 컬러 코드
NaviLens는 스페인 알리칸테 대학에서 개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비전(vision)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입니다. 알록달록한 사각형 무늬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코드는 기존 QR코드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 NaviLens의 주요 기능
- 최대 9미터 거리에서도 인식 가능 (일반 QR코드는 1미터 내외)
- 160도 시야각 내 어디서든 감지
- 초점 불필요, 흔들림 상태에서도 0.03초 내 인식
- 코드가 화면 전체에 들어오지 않아도 작동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시각장애인은 코드의 위치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NaviLens 앱이 주변 코드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왼쪽 15미터, 1번 출구"
"정면 5미터, 화장실"
"3번 승강장, 2분 후 열차 도착"
이처럼 거리와 방향을 실시간으로 음성 안내해 주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전 세계가 주목한 접근성 기술
현재 미국, 스페인, 일본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교통 시스템이 NaviLens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주요 적용 사례
- 뉴욕 MTA: 연방 보조금을 받아 지하철 전 노선 및 주요 버스 노선에 설치
예: 브루클린 Jay Street-Metro Tech 역에 100개 이상의 코드 배치 - 바르셀로나: 지하철 전 노선과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입(안내표지판, 버스 정류장, 지하철/버스 티켓 발매기에 태그 배치)
이 시스템은 단순한 표지판을 읽기를 넘어,
- 실시간 열차, 버스 도착 정보
- 엘리베이터 고장 여부
- 환승 동선 및 출구 안내
등의 실시간 이동 정보까지 제공합니다.
특히 GPS 신호가 약한 지하 공간에서도 "10시 방향 7미터 앞, B출구"처럼 정확한 방향과 거리 안내가 가능하다는 점이 무장애 관광에 큰 의미를 갖습니다.
☑ 관광 현장으로의 확장
NaviLens는 교통 인프라를 넘어 박물관, 미술관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 스페인 무르시아고고학박물관: 전시물마다 NaviLens 코드를 부착해 작품 설명을 39개 언어로 제공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양 박물관: 전시 동선 안내와 체험형 콘텐츠 접근성 정보 제공
- 켈로그(Kellogg): 시리얼 패키지에 태그를 적용해 제품 정보 음성 안내(알레르기, 성분 등)
무장애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NaviLens는 '미리 설치된 정보 접근성 인프라'입니다. 관광지에 미리 준비만 해두면, 시각장애인 관광객은 독립적으로 이동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기술, 그 뒤에 있는 그림자: 독점과 비용
이렇게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NaviLens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독점적 특성입니다.
1. 독점 기술: 공공장소 사용 시 라이센스 비용 발생
2. 데이터 수집: 사용자 위치와 이동 패턴 데이터가 수집되어 상업적 활용에 대한 투명성 필요
3. 초기 투자 비용: 관광지나 지자체 입장에서 코드 제작 및 설치 예산 필요
그럼에도 NaviLens가 중요한 이유는, 점자블록이나 음성 안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실내 공간의 정밀 내비게이션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39개 언어 지원, 인터넷 불필요, 실시간 정보 제공이라는 세 가지 특징은 외국인 관광객과 시각장애 관광객 모두에게 유용합니다.
AI로 세상을 읽다 - Sullivan+
한국의 투아트(Tuat) 회사가 개발한 설리번 플러스는 NaviLens와 달리 태그 없이도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반 시각 보조앱입니다. 사전 설치된 태그 없이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AI가 실시간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음성으로 설명합니다.
📍 Sullvan+의 주요 기능
- 텍스트 인식: 문서, 간판, 메뉴판 텍스트 읽기
- 사물 묘사: 사물, 인물, 장면 묘사
- 색상 및 조도 감지: "밝은 노란색 벽", "어두운 실내" 등 환경 정보 제공
- 확대 보기: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 및 대비 조정
설리번 플러스는 SK텔레콤의 AI ‘누구(NUGU)’와 협업해 음성 명령 기능을 강화했고, LG유플러스와 제휴하여 앱의 화면 구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가전 QR 모드’를 통해 약 5,800여 종의 가전제품 정보를 학습하여, 사용자가 제품을 등록하거나 사용설명서를 음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 무장애 관광에서의 활용 시나리오
설리번 플러스는 '어디서나 작동하는 개인형 AI 보조'라는 점에서 NaviLens와 차별화됩니다.
관광 현장 활용 예시
- 식당 메뉴판을 카메라로 비추면 전체 메뉴를 음성으로 읽어줌
- 관광 안내 책자나 팸플릿을 인식하여 정보 전달
- 기념품 가게에서 제품 라벨이나 가격표 확인
- 숙소에서 리모컨 버튼이나 안내문 읽기
- 낯선 거리에서 간판을 인식해 현재 위치 파악
특히 소규모 관광지, 전통시장, 로컬 식당 등에서 설리번 플러스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이동형 접근성 도구'입니다.
설리번 플러스는 한국의 무장애 관광 솔루션으로 4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1. 한국어 최적화: 국내 개발 제품으로 한국어 인식률 높음
2. 즉시 사용 가능: 앱 설치만으로 활용 가능
3. 이미지 묘사: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AI가 자동으로 장면을 인식하고 음성으로 설명
4. 비용 효율성: 별도의 태그나 인프라 구축 없이 초기 투자 부담이 적지만,
특정 사물이나 공간 정보를 세밀하게 제공하려면 기관·기업과의 협업 필요
다만 AI 인식의 정확도, 복잡한 공간에서의 내비게이션 한계, 인터넷 연결 필요 등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두 기술의 조화, 무장애 관광의 미래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두 기술을 조화롭게 이용하며 관광지를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까요?
여행 시나리오 예시
1. 시각장애인 여행자가 서울역에 도착 → NaviLens로 역사 내 정확한 동선 안내받아 이동
2. 지하철을 타고 관광지로 이동 → NaviLens로 환승 및 출구 안내
3. 관광지 주변 로컬 식당 방문 → Sullivan+로 메뉴판 읽기
4. 전통시장에서 기념품 쇼핑 → Sullivan+로 제품 정보 확인
5. 박물관 관람 → NaviLens로 전시 동선 안내, Sullivan+로 작품 설명 듣기
☑ 무장애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언
두 기술을 국내 관광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단계적 인프라 구축
- 1단계: 주요 관광 거점(공항, 역, 관광안내소)에 NaviLens 설치
- 2단계: 국립박물관, 주요 문화재, 테마파크 등 핵심 관광지 확대
- 3단계: Sullivan+ 홍보 및 보급으로 미설치 지역 보완
2. 통합 플랫폼 개발
- 한국관광공사 주도로 NaviLens와 Sullivan+를 연동한 통합 무장애 관광 앱 개발
- 관광지별 접근성 정보, 실시간 교통 정보, 긴급 지원 기능 통합
3. 관광지 지원 사업
- 유명 관광지, 전통시장 등에 NaviLens 설치 지원 사업(연간 방문객을 기준으로 기준치 이상인 방문지 대상)
- 또는 Sullivan+ 활용을 전제로 한 고대비 표지판, 큰 글씨 안내문 설치
4. 관광 종사자 교육
- 숙박업소, 식당, 관광 가이드 대상으로 적용한 기술 활용법 교육
- 시각장애인 관광객 응대 매뉴얼에 기술 활용 포함
5. 데이터 주권과 접근성 표준
- NaviLens의 해외 기술 도입 시 한국형 접근성 표준(데이터 주권, 프라이버시 보호 조항 등) 적용
- 또는 Sullivan+ 같은 국산 접근성 기술 개발 및 육성 지원
기술을 넘어, 포용의 문화로
"사람이 도와주면 되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적 지원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행은 본질적으로 자유와 선택의 경험입니다. 갑자기 가고 싶은 골목길로 들어서고, 마음에 드는 카페에 즉흥적으로 들어가고, 메뉴판을 천천히 읽으며 고민하는 것. 이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여행의 기쁨입니다.
하지만 매 순간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한다면 어떨까요?
지하철역에서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고, 식당에서 메뉴를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전시관에서 작품 설명을 대신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 한두 번은 괜찮지만, 하루 종일, 여행 내내 반복되면 그것은 '도움'이 아니라 '의존'이 됩니다.
매번 도움을 청할 때마다 느껴야 하는 부담감, 상대방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 내 여행 템포를 타인에게 맞춰야 하는 제약. 이것 또한 장벽입니다.
여기서 NaviLens와 Sullivan+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의 혁신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했던 여행이 가능해지는 순간이고, 도움을 받는 대상에서 독립적 여행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무장애 관광은 시설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정보와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그리고 기술은 그 자유를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도움은 필요할 때 선택하는 것이고, 기술은 언제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술은 앞으로도 개선되어 나아질 겁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로 할 수 있는 것.
작은 컬러 코드 하나, AI 카메라 하나가 누군가의 여행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을 설치하고, 알리고,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무장애 관광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입니다.
참고자료
NaviLens EMPOWERING blind and partly sighted people
Ariel’s new cardboard ECOCLIC® Ariel’s new cardboard ECOCLIC® box is more inclusive for all thanks to new design, NaviLens technology and innovative tactile markers For the first time ever, Ariel presents its new and revolutionary cardboard ECOCLIC®
www.navilens.com
설리번 플러스
설리번+는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 등 시각의 보조가 필요한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www.mysullivan.org
이 글은 무장애 관광 분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기술 도입 시에는 각 관광지의 특성과 예산, 이용자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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